LEE, SANG MIN : 만상(萬象)의 내면

EXHIBITION DETAIL

> TITLE : 이 상 민 개인전  /  만상(萬象)의 내면

> DATE : 2016. 10. 19. (WED) ~ 11. 12. (SAT)

 

만상의 내면 들여다보기
이상민의 유리 조각

 

김영호 (미술평론가, 미술사가)

 

I. 스무 번 째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이상민은 전시 제명을 ‘만상(萬象)의 내면-들여다보다’로 정했다. 프랑스에서 오브제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온 이후 유리를 표현의 매체로 삼아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실험의 세월 2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붙여진 제명이다. 이 전시 제명은 작가가 최근 지향하는 작품세계를 암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조형 형식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러한 작가의 제명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개인전에 내놓은 그의 유리 조각을 해석하는 기준은 다음의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만상의 내면에 대한 직관을 시도하는 작가의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만상의 내면에 대한 직관을 작품으로 실행해 나가는 방법론이다. 전자가 작가가 취하고 있는 예술 의지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그 예술 의지를 드러내는 조형 형식에 관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II. 이상민은 자신의 예술적 탐구 대상을 ‘만상의 내면’이라 규정하고 있다. 아마도 안성의 야산 자락에 작업실을 짓고 자연과 생태를 관찰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새로 얻은 화두일 것이다. 아니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아 예술가로서 취하게 된 존재론적 소명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상이란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준말로 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의 형상이다. 구체적인 물상을 재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 전통예술의 층위에서 생각할 때 만상의 내면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만상의 내면이란 어느 특정한 대상이 아닌 온갖 사물이 지닌 보편적 물상에 대한 관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갖 사물의 물상을 드러낸다는 주장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그가 성찰의 화두로 오래전부터 선택한 것이 ‘물’이기 때문이다. 물의 상은 공기나 안개처럼 고정된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스스로 형을 갖추거나 상황에 따라 변모할 따름이다.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이고 보면 물에 대한 성찰은 나름의 장대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의 표정을 통해 만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는 것이다.

 

이상민이 주장하는 만상론을 받아드릴 때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주지하듯 만상이란 특정한 대상물이자 동시에 그 특정한 대상을 초월한 보편적 존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상이란 도기(陶器)나 자기(瓷器)와 같이 세상에 있는 온갖 사물의 상이며, 존재의 본질적 양태를 지닌 상이다. 그 만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태도가 곧 작가가 존재의 본성을 바라보는 태도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세잔느나 몬드리안 같은 화가뿐만 아니라 로댕이나 브랑쿠지 같은 조각가로 대변되는 모더니스트들이 추구했던 본질주의와 맥이 닿아 있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이상민의 유리 조각은 사물의 외관을 묘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의 법칙성이나 물질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낯선 것은 아니다. 작가의 예술 의지는 만상의 개별적 형태에 근거하면서도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유기적 존재로서 사물을 바라보고 인식하려는 태도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II. 이상민이 시도하는 만상의 내면에 대한 성찰은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작품으로 구현된다. 달리 말하자면 만상의 근원적 물질의 하나로서 물의 속성을 유리라는 독특한 매체와 조우시킴으로써 만상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나름의 탐구를 시작한 것이다. 부드럽고 유기적인 물과 단단하지만 깨지기 쉬운 성질을 지닌 유리의 만남을 시도하는 작가의 작업은 매우 흥미롭다. 물과 유리 모두는 평면으로 존재할 때 비추어진 빛 대부분을 투과시켜 버림으로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물과 유리는 그 스스로 상을 갖추지 못하며 주변적 조건에 따라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가령 물은 영하의 온도를 머금음으로써 얼음으로 변모하거나 외부 자극에 의해 파장을 만들어 내고, 유리 역시 창문이나 병 혹은 렌즈 따위의 몸을 통해서 특수한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물과 유리의 차이나 공통분모를 이용해 만상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표현해내는 자신의 예술적 과업을 이루어내려 하는 것이다.

이상민이 지향하는 만상의 내면에 대한 조형적 탐구는 12mm 두께의 유리판 배면에 홈을 파내고 그 표면을 연마하는 작업과정으로 진행된다. 다양한 수치의 다이아몬드 사포(Diamond Sheet)를 이용해 유리의 표면을 깎아내는 일은 집중력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노동이다. 유리의 판면에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 그라인딩 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열에 의한 파손을 방지해야 하는 일은 기본이다. 사포에 의해 깎이는 면의 각도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손의 촉각과 결과를 예측하는 감각의 노하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연의 효과로 파생되는 기대감이 즐거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나 작업의 결과가 물의 특성이나 만물의 상을 드러내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저 우연의 효과를 즐길 수만은 없는 노릇일 것이다. 이 모든 조형 작업에서 작가가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비물질의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빛이다. 이상민의 유리 조각이 완성된 이후 나름의 형태를 갖춘 이미지로 보이는 것은 유리의 표면에 투사된 빛의 효과에 따른 것이다. 작가의 유리 조각을 둘러싼 형식 논리는 결국 빛의 조형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완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IV. 이상민의 유리 조각은 형상의 부재 속에 비쳐진 존재의 실상을 드러내는데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부재의 존재성을 드러내는데 기여하는 것은 유리의 표면에 반응하는 세밀한 빛이라 할 수 있다. 깎인 유리면에 투사 혹은 반사되는 빛의 양에 따라 우리의 망막에 신비로운 일루전을 만들어 낸다. 직진하는 빛의 일부는 깎인 유리의 요철 면에 의해 난반사되며 투사해 유리면 뒤쪽의 벽에 그림자를 남기고 이 과정에서 허상과 허상의 그림자라는 이중의 일루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일루전 사이에는 미묘한 공간이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유리 조각을 품은 액자 너머로 투명하게 드러난 벽면의 물성이 이 두 개의 일루전에 현실 공간의 존재성을 불어넣으면서 감상자의 시각 체험은 절정에 도달하게 된다.

유리 위에 만들어 놓은 물상이 물의 그것과 오버랩 되도록 하는 것은 작가의 희망사항이다. 그리고 유리 조각 안에서 벌어지는 빛의 작용이 사물의 존재성을 인식케 하는 물리적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 우리가 세상 만물과 만나게 되는 것은 감각기관을 통해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러한 작가의 노력은 과학적 토대위에 자리 잡고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만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빛에 의해 만들어 진 미묘한 일루전과 공간의 구조를 본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관조와 직관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자 다섯 개의 감각기관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존재의 본성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상민의 유리 조각을 ‘형상 이전의 형상, 형태 너머의 형태를 품은 몽환적 풍경’이라 보는 어느 비평가의 주장은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2016.10)

ARTIST INFORMATION
  LEE, SANG MIN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전공 교수

 

학 력

프랑스국립 Strasbourg(스트라스브르)마륵블록인문대학원조형예술학,졸업 (MFA)

프랑스 Strasbourg (스트라스브르)고등장식미술학교졸업, 오브제전공

 

개인전

2016   Art Central, 홍콩

2015   Art Stage 싱가포르

2014   순간과영원사이, 이듬갤러리, 부산

시간의시학, 갤러리 3,서울

2013  LEE SANGMIN WAVE Sculpture 진화랑

2011  이듬갤러리, 부산

공시성의풍경,DaXiang art Space, 대만

2009이상민展(Inno갤러리,서울)

KCAF제9회한국현대미술대전(예술의전당,서울)

2008  공시성의풍경 (빛갤러리, 서울)

2007  CROSS OVER (모아갤러리, 헤이리)

2006  파장의존재와물이야기展(마나스아트센터,양평)

2005  이상민유리조각展(모아갤러리, 헤이리)

2004  MANIF10!04마니프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Fine Art Festival SFAF (예술의전당, 서울)

2001  MANIF01 마니프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The Bowl of Sound (토탈미술관, 장흥)

2000  살롱현대유리비트라이 (리용, 프랑스)

1996  이상민유리조각展 (메사갤러리,부산)

 

단체전

2016   용의비능 2016,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창립60주년 기념전, 예술의전당

2015    The Memory of Europe, ARTSPACE HOSEO

한국조각가협회-KOSA space 운영위원회 초대전

2014   한국기초조형학회 춘계 국제 초대작품전, 서울시립대학교

갤러리 빨간 벽돌▪한국기초조형학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초대작품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From Seoul With LoveKunstvereinAschaffengurg 독일

그림 그릇, 갤러리3

2013   Post Paris, 위갤러리▪KIAF,코엑스▪리나갤러리 기획초대전▪동감,갤러리3 ▪Sur-Fantasy,진화랑

2012   illuminated,신화갤러리,홍콩▪용의비늘 동해를 품다, 하슬라아트미술관▪TtiangleIX시차전,팔레드서울▪BAMA부산국제화랑미술제,부산▪Department of Sculpture, 갤러리 이레▪화랑미술제,코엑스

2011   아미미술관 개관전, 당진▪누보데빠흐, 이앙갤러리▪발칸을딛다, 베오그라드응용미술박물관, 세르비아▪2인전-이상민& Wolfgang Sinwel, 갤러리브릴레, 프랑스▪심해의도약, 성신여자대학교▪세계일보창간 22주년기념전,루미나리에갤러리▪Paris80그이후시차전,팔레드서울▪서울미술협회회원전, 서울시립미술관경희궁분관

2010   Spacium Tempus, 알케미갤러리, 북경

▪CeramicArt&Technology,aT센타▪SOFA,CHICAGO2010▪이화조각회WITH,한전프라자

▪현대미술탐험전, 경기도문화의전당, 수원▪서울모던아트쇼, aT센타,서울▪기초조형과시대성그리고응용경희대학교미술관▪SHOW SHOWSHOW, DMC 첨단산업센타, 서울▪맹랑한침범엉뚱한만남, 이천세계도자센타▪26회한국조각가협회전, 서울시립미술관▪한국현대조각초대전, 전망문화콤플렉스, 서울▪시차전 CERESTAR, 서울▪The Echo Wave 갤러리클럽

2009   바움크럽후원기금,바움갤러리,서울▪Capital du verre, 브릴레갤러리,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7th 부산국제환경예술제, 일본동경한국문화원▪Art Encounter, 갤러리한남더힐, 서울▪ECHO를찾아서, 잔다리갤러리, 서울▪Hot &ColdwithGlassFestival,목금토갤러리,서울

2008   Essentielle, 코리아아트센터, 부산▪New Wave 2009, 모아갤러리, 헤이리▪KIAF 국제아트페어, 코엑스, 서울▪SEA, 이듬갤러리, 부산▪Looking-Through, 바움갤러리, 서울▪2인전이상민·이재효화랑미술제, 벡스코, 부산

2007  2인전김남용·이상민 SOAF, 코엑스, 서울▪L’art du feu, 갤러리세마, 파리▪ASIA-EUROPE, 하노버, 독일

2006   시는그림속에눕다, 인사아트센타, 서울▪Vision 2007, Gana forum Space, 서울▪현대매체미술 Light展, 성남아트센타미술관, 성남▪In Between 한국-동유럽교류展, 우림갤러리, 서울▪時空行이상민·박병훈·윤영화 3인전, 조선미술관, 서울

2005  05전그룹창립기획전, 아지오갤러리,양평▪SoftPower,대전시립미술관,대전

2004   서울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서울▪Art in Life 행복_미술여행, 조선미술관, 서울▪2인전,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복화술의인형들, 단원미술관, 안산▪Ouverture 2004, White Elephant 갤러리, 파리

2003   아트그룹일레분조각분과정기전, 백송갤러리▪Objet & Reflection, 두루갤러리▪From East to West 글로벌아트, 브니즈갤러리, 씨애틀, 미국

2002   Glass Art Festival 초대전, 인사아트센타,서울▪현대미술초대전,대구문화예술관, 대구

2001   Glass Art Society, Corning, New York, USA▪현대미술지상도, 광화문갤러리, 서울

2000   국제현대미술살롱전 (St’art),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청년한인작가展,갤러리에스파스스위스,스트라스브르그,프랑스

1999   오다규미술관, 토쿄, 일본▪Galerie Henri Lannoye, 벨기에▪J.P.C. 33전, 가나보부르갤러리, 파리

16회재불청년작가展, 프랑스한국문화원, 파리▪국제현대미술살롱展 (St’art),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1998   국제현대미술 20세기살롱, 벨기에

▪2인전, 브릴레갤러리,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Grands et Jeunesaujourd’hui살롱展, 파리▪43회몽후주살롱展, 프랑스▪국제현대미술살롱展 (St’art 98),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1997   국제현대미술살롱展 (St’art 97),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2인전 국대호·이상민, 프랑스한국문화원, 파리▪B 갤러리, 바덴바덴, 독일

▪2인전, 브릴레갤러리,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1996   국제현대미술살롱展 (SIAC),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1995   2인전, 브릴레갤러리,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아럴베흐갤러리, 스트라스브르그, 프랑스

 

작품소장

▪중앙대학교 R&D센터▪ 한남 더힐 로비

▪(주)크라운해태제과▪국립현대미술관▪(주)아르떼▪주한이탈리아대사관

▪프랑스 (주)Art Prise.com▪프랑스Pfaffenhoffen교회▪(주)영원무역▪프랑스 (주)

Xertingy제철▪중앙대학교, 본관

 

수상경력

1999   일본현대미술전대상, Bourgueil, 프랑스

1994   국제눈조각전최우수상, Quebec Canada 프랑스대표작가로출전

1994   유럽청년작가공모전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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